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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과 배우의 미래
글_상현호
이미지 - rawpix/Freepik
작성 : 2023년 09월 21일 (목)

○ AI 기술의 활용 사례
AI 기술은 방송영상 제작 현장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는 80대 배우 해리슨 포드가 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과거 촬영해둔 영상을 재활용한 것이 아니라, AI를 접목한 ‘디에이징’ 기술로 해리슨 포드를 젊어 보이게 만든 것이다. 배우 톰 행크스는 지난 5월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자신이 사망하더라도 AI로 구현한 자신의 모습이 새로운 영화에 계속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연예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실제 배우가 아닌 AI로 구현한 가상 인간은 배역을 받고 각종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가상인간 ‘로지’는 티빙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카메오로 출연한 바 있다. MBN은 김주하 앵커를 활용해 만든 ‘AI 앵커 김주하’를 2020년도부터 뉴스 보도에 활용하고 있다. SBS ‘모닝와이드’에는 2022년 12월부터 가상인간 제인이 리포터로 출연하고 있다.



○ AI에 대한 우려
AI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I 이미지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발생시켰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체포되는 AI 생성 사진이 전 세계로 퍼져 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에 챗GPT를 만든 오픈 AI 창업자 겸 CEO인 샘 올트먼은 “우리 기술과 산업이 세계에 해악을 미칠까 봐 두렵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고 싶습니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EU는 인공지능법을 입법하며 AI 관련 규제에 나섰다. 현행 인공지능 법은 AI 기술의 기반이 되는 LLM이 EU 법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생성하지 않도록 안전조치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3,000만 유로 혹은 전 세계 수익의 6% 중 더 높은 금액을 벌금으로 내도록 한다. 미국은 AI 사용 및 저작권과 관련하여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현재 미국에서는 개별 AI 활용 제작 작품의 저작권 인정에 대한 쟁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미국 의회는 연방 차원의 알고리즘 책임법을 입안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공식 선상에 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새로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입법부인 국회에서도 관련 법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발족했다.
최근 국회 입법청원에는 AI 이미지 생성에 대한 청원이 성안되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회부되었다. 청원인은 △AI 학습 데이터 세트의 투명성 강제, △AI 생성 이미지에 대한 출처 표기 및 AI 이미지 워터마크 의무화, △AI 이미지 생성기 관련 교육 및 저작권, △초상권 관련 인식개선 및 사례별 가이드라인 제공 등을 법안에 담아 달라고 요청하였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AI와 관련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AI가 제작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도 AI와 관련한 내용의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들 모두 생성형 AI 등에 한정되어 있고, 배우들을 대체할 수 있는 AI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 방송 부문 AI에 대한 우려
AI가 영상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는 밝은 미래를 보장할지 모르겠으나 해당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과연 그러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해외에서는 방송 연기 부문의 AI 사용에 대한 규제론이 공론장에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8일 일본연예종사자협회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배우는 “AI가 계속 발전한다면 우리(배우)에 대한 수요는 없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다른 배우는 AI가 발전한다면 모션 캡처, 음성 등을 활용해 가상 배우를 만들어내 활용할 것이고, 실제 배우보다 가상 배우가 저렴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배우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협회는 실연자의 외모, 목소리, 동작 등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규정 및 보호하는 법적 조치를 요구하는 성명을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이 성명에는 AI가 콘텐츠를 생성할 때 사용한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방송연기 분야 종사자들도 AI에 대한 경계론을 들고 일어섰다. 미국작가협회(SAG)는 ‘AI가 대본을 작성하거나, 작가들이 작업한 대본을 AI로 수정하거나 각색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건을 걸고 파업에 나섰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이미 AI 성우가 유튜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타입캐스트’, ‘클로바더빙’ 등 업체들은 기존 성우의 녹음비보다 저렴한 비용을 받고 더빙 목소리를 생성해 성우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방송 연기 분야와 AI와 관련된 논의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편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AI 관련 법안도 대개 AI 관련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규제 법안들은 대개 이미지 생성형 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연기자들의 우려는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방송연기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방송 연기 분야에 사용되는 AI에도 이미지 생성형 AI에 준하는 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몇몇 가상 인간은 실제 배우와의 얼굴의 유사성이 지적되어, 가상 인간을 제작할 때 특정 배우 사진을 의도적으로 학습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AI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데이터를 공개해야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에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 혹은 데이터가 자신의 동의 없이 AI 제작에 쓰여도 권리 침해를 구제받을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 인간을 포함한 AI 생성에 사용한 DB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권리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AI 생성에 데이터를 활용을 금지시켜야 최소한의 권리 보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 방송 연기자 권익 보호가 AI 논의에 담겨야
AI 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의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렇지만 그 흐름으로 인해 자리를 빼앗기는 이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 관련 권리 및 법제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방송연기자의 권익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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