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지금 ③ 미국제작사연맹(AMPTP) 인터뷰
참석자: Carol Lombaridini (Advisor, (ex)President)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와 함께 미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한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배우조합(SAG-AFTRA), 미국작가조합(WGA), 미국제작사연맹(AMPTP) 등 현지 영상 콘텐츠 산업 종사자를 대표하는 단체를 만났다.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영상 콘텐츠 산업의 최대 화두와 연기자의 권리 보장의 핵심 사항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었다. 연기자, 작가, 제작사를 대표하는 세 단체와 나눈 이야기 중 핵심적인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요약해보았다.
Q. AMPTP는 SAG-AFTRA, WGA, DGA 등 창작자 단체와 많은 협상을 한다. 창작자 단체들과 사업자 간의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나 관계가 어떤지?
A. AMPTP는 오랜 시간 동안 대부분의 노조들과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물론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는 문제 중에는 상대방이 해결해줄 수 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감독조합은 최근 세 차례의 협상에서 영국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에게도 미국과 동일한 계약 조건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미국법상 우리는 미국 외 관할권 문제에 대해 협의할 법적 의무가 없다. 게다가 요구를 수용했을 경우 영국 내 다른 조직과의 고용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각 당사자는 '이 문제 때문에 협상을 멈출 것인가, 아니면 지금은 보류하고 나중에 다시 논의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협상이든 누구도 전부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에 대한 소통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시장은 2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의 콘텐츠 시장은 엄청나게 변화했으며, 판매와 유통 방식도 달라졌다. 따라서 단체협상 역시 기술 변화로 인한 산업 경제 구조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바람은 새로운 경제 체제에 맞게 단체협약을 유연하게 바꿔나가는 것이 결국 노조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하는 것이다.
Q. 지금 한국의 문제는 넷플릭스 같은 해외 기업이 한국 시장에 들어왔음에도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 대해서 조언해줄 부분이 있다면?
A. 넷플릭스에는 노동관계 담당 임원이 정말 많다. 거의 군대 수준이다. 이런 제작사들이 단체협약 체결에 호응하기 위해서는 그 협약이 제작자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 핵심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처음엔 미약하더라도, 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하는 조건과 환경을 점점 더 개선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1980년대 AMPTP의 협약은 대부분 LA나 뉴욕에서 고용된 인력을 중심으로만 체결되어 있었다. 그러다 다른 제작 중심지들이 생겨났고, 지금은 애틀랜타가 큰 제작 허브 중 하나다. 하지만 당시에는 애틀랜타를 포괄하는 협약이 없었다. 그때 노조는 매우 현명하게도 LA, 뉴욕 수준의 임금을 그대로 적용하자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애틀랜타에서 제작할 이유가 없어지니까. 그들은 LA, 뉴욕보다는 낮은 임금을 적용하는 대신 조합원 복지 재원을 요구했다. 이 협약은 매우 영리하게 설계되어 있었고, 사용자 입장에서 준수하기 쉬웠으며, 기존 대도시 협약보다 훨씬 낮은 비용 구조를 갖고 있었다. 결국 이는 노조에도 사용자에도 모두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먼저 현실적인 시장 조건을 반영한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AMPTP 회원사들이 한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우리 회원사들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넷플릭스 역시 한국에 상당한 투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기업의 감정이나 평가라는 것은 시대와 상황, 그리고 그 지역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른 회원사들은 한때 캐나다에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그중 많은 부분을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결국 그 지역이 여전히 자신들의 제작 거점으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한다.
Q. AMPTP가 한국에서 협상에 참여할 수 없나?
A. AMPTP는 미국과 캐나다를 넘는 지역의 회사들을 대신해 협상할 권한이 없다. 물론 때때로 영국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자문을 요청받기도 하지만 예전에 런던에서 배우 조합과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해결하는 데 무려 9년이 걸렸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 회사를 개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Q. 제작사가 협상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을까?
A.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어려움이 생긴다. AMPTP 회원사들은 실제로 고용주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프로젝트 전체에 책임을 지는 PD를 고용하고, 자신들은 몇 가지 권한만 보유한다. 예를 들어, 주요 출연진을 지정하거나 납품 조건을 설정하긴 하지만 실제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넷플릭스나 디즈니에서 여러분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이 실질적인 고용주가 아니니까.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이 직면한 상황은, 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넷플릭스, 디즈니 측에 단체협약이 그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하는 두 가지 방향 중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러분이 지금 해야 할 것은 각 회사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다. 내가 아는 디즈니나 넷플릭스 측 사람들에게도 여러분이 그들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전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단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42년 넘게 이 일을 해오면서 노조와의 협상보다도 회사 내부와의 협상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썼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런 과정은 외부와의 대화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설득과 조율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Q. 새로운 기업이 AMPTP 회원사로 가입할 때 어떤 어려움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시는지?
A. AMPTP의 기본적인 방침은 우리가 대표하는 모든 고용주들이 동일한 인건비 구조를 갖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어떤 고용주도 다른 고용주보다 노동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지 않도록, 즉 모든 고용주들이 동등한 경쟁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회원이 되었을 당시, 이미 여러 노조들과 개별적인 협약을 맺고 있었고, 그중에는 사용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이 혼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2022년에 SAG-AFTRA와 별도의 협상을 진행해 AMPTP 표준 계약과 만료 예정이던 넷플릭스 계약을 조율하려고 했던 경험이 있다.
Q. 한국에서는 소수의 주연 배우와 단역 배우의 출연료 양극화가 심하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A. 한국이나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메인 제작물에서 조연이나 단역을 맡게 되면, 큰돈을 버는 건 아니다. 사실상 출연자 예산은 대부분 스타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건 SAG-AFTRA에게도 큰 문제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하루 단위로 고용되는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용 가능한 최소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결국 제작사들은 스타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Q. 미국 배우의 출연료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미국에는 최저출연료 제도가 있다. 이는 1937년 도입 이래 약 85년간 점진적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내가 SAG-AFTRA와 협상을 시작한 이후로는 매년 임금 인상률은 평균 3% 수준이었고, 그게 가장 일반적인 인상률이었다. SAG-AFTRA는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단일 전국 단체협약을 운영하고 있고 그래서 배우가 어느 지역에서 일하든 동일한 임금을 지급한다.
출연료는 시간당 임금으로 지급할 수도 있고, 하루 단위로 일정 시간까지 포함하는 일급을 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단체협약에서는 일급은 10시간의 노동을 기준으로 하고, 10시간을 초과하면 추가 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기본 시급이 대략 100달러라고 했을 때, 12시간을 초과해서 일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시간당 200달러처럼 초과근무 수당이 적용된다. 지정된 출근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그때부터 근무 시간으로 간주되고,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퇴근을 통보받을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 임금이 지급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한국 미디어 산업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싶다. 여러분 모두 분명히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훌륭하게 대표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질문하신 모든 내용에서 협력과 상호 협조를 중시하는 태도가 잘 드러났고, 우리 회원사도 그 점을 꼭 알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